마당 있는 주택에 이사 온 뒤, 나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었다.그러자 밥을 먹으러 오던 고양이가 우리 집 마당에 살기 시작했다.테라스에 빨래를 널어놓으면 톡톡 치며 놀고이불을 널어놓으면 그 아래 그늘에서 잠을 잤다.애써 길들이고 싶지 않아우유,라는 이름을 지었으나 부르지 않은 채멀찍이서 녀석의 하루하루를 지켜보며 지냈다. 2년 후 우리는 근처로 이사를 했는데신기하게도 이사 간 집 마당에우유가 와있었다.그리고 1년 뒤앞집 개에게 물려 죽었다. 녀석은 우리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그것이 3년 중 우유를 처음 만져본 순간이었다.몸이 식어가는 동안 품에 안고 있다가해 질 무렵 커다란 화분에 담아 마당에 묻어주었다. 며칠이 지난 뒤 그 위에 수국 나무를 심었다.얼마 후 수국이 아름답게 피어올랐지만그 여름은 몹시 슬펐다. 그때부터 우리 집이더 이상 안전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동생이공방 근처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습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접시를 놓는 것을 보고고양이 밥을 놓아줄 나무집을 만들었다. 고양이 집을 놓은 지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하루에 한 되 반의 사료가 사라졌다.그동안 무얼 먹고살았을까 싶지만울적해질 상상 같은 건 하지 않는다.그저 이름 모를 이가 챙겨준 몇 줌의 밥에 호두가 겨울을 살아남았음을,어디선가 배부른 채 햇볕을 쬐고 있을 고양이와 개들을,올해도 찬란하게 빛날 수국을 생각한다. 닿아있는 시간이 따사롭다면그것으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