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자라기 시작한 자리는 조직의 밀도가 다르다.옹이 근처를 깎아보면 금세 안다.몸체의 다른 부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단단하고 촘촘하여몹시 이질적인 밀도가 된 어느 자리. 나무는 그 때, 몸을 불리는 일을 거의 멈추고더 높은 빛을 찾아 피어오르는 가지 하나에게 힘을 몰아주었다. ⠀ 작은 성장의 지점,성장통에 급급하여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등 뒤에도자신을 뒤로 한 채 힘을 몰아준 누군가가 있었다.나무를 켜보고야 마주하는 자국처럼,그들 개인사의 단면에는나로 인한 멈춤의 흔적이 남아있겠지.⠀⠀ 매끈한 가구를 선호하는 시장에서 옹이는 흔히 흉으로 여겨져 가구의 부분이 되지 못한 채 버려진다.그 어떤 부분보다 촘촘한 밀도를 가진 부분이지만가구에 사용되는 일은 거의 없다. ⠀⠀⠀ 야박한 대접을 받고 있지만옹이는,숲에서 숨쉬던 거대한 시절에아무렇지 않아보이는 나뭇가지 하나를 키워내려 몸을 웅크리고 살았던 여러 해의 기록이며⠀ 가장 좋은 것을 먼저 건네며자신이 자라는 일을 기꺼이 접어두었던 날들의 일기이다.그 자리에서 뻗어나간 찬란한 가지와그 끝에서 살랑였던 수많은 잎을 지켜낸 묵직한 존재,고요하나 치열했던 날들의 단단한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