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열무와 숲에 갔다가고라니와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고라니는 깡총, 뛰어 깊은 수풀 사이로 사라졌고열무는 그 뒤를 쫓아가기는커녕그 자리에 한덩이 돌로 굳어버렸습니다.고라니에게 들킬까봐 숨소리마저 죽인채.그리고 곧 집에 돌아와 몸져 누웠습니다. 호랑이를 보았다개이후 심약한 열무는험한 세상에 맞설 용기를 가지기 위해스스로를 연마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부에 숨어있던 야성을 한데모아몹시 공격적으로, 사납게,연약한 모든 것을 물어뜯습니다.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집안의 모든 솜과 오리털을 색출하여남김없이 터뜨립니다.고라니에게 말하지 못한 으르렁을 솜들에게 쏟아내며무자비한 공세를 퍼부어요. 눈이 많이 내린 겨울,집안에는 매일매일 솜눈이 내렸고우리는 패잔병처럼 이불 껍데기만 덮고 잤습니다. 진화한 기술 feat.한올한올 자긍심터뜨릴 이불이 없어지자 책을 물어뜯습니다.스스로를 연마하는 일에 멈춤이란 있을 수 없어요.한 장 한 장 성실하게,이어붙일 엄두가 나지 않을만큼 꼼꼼하게 찢어 발깁니다. 21세기 분서유갱 뿌듯함지구력을 갖춘 턱,섬세함을 더한 앞니,퇴근하자마자 이런 풍경을 보여주는 호연지기,이 정도면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며칠 전늘 앞집에 살던 조그만 개를 보고 놀라산책 나간지 5초만에 귀가하였습니다.....호랑이가 또 있다개...